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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여신(2)] 탄생의 신, '삼신할머니'

miracle HM 2024. 4. 26.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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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여신(2)] 탄생의 신, '삼신할머니'

 

 

삼신의 어원은삼줄’, ‘삼가르다포태의 뜻이 있다. ‘포태는 아이나 새끼를 뱀 혹은 태내의 아이를 싸는 얇은 막을 뜻한다. 여기서할머니한 어미큰어머니라는 옛말이지만 현대에 와서할머니로 묘사된다.

 

삼신할머니는 부부들에게 아기를 점지해 주고, 산육(아이를 낳아서 기름) 관장하는 여신으로 아이들을 보호해 준다고 한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백일이나 첫돌을 넘기기가 어려웠는데, 그래서 사람들은 정갈한 소반에 깨끗한 물을 떠 놓고 두 손을 모아 삼신할머니에게 아이의 건강과 가정의 안녕을 정성으로 빌곤 했다. 한국인들에게 매우 익숙한 신 중 하나이다.

 

전반적으로 다양한 고대신화가 잘 보존된 제주 지역의 삼신할머니 설화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전승이며, 제주에서는 삼신할머니를 삼승할망이라고 부른다.

 

삼신할머니도(사진출처:국립중앙박물관)

 

삼신할머니와 몽고반점

아주 옛날, 하늘나라 명진국이라는 곳에 아기를 너무나 좋아하는 삼신할머니가 살았다. 옥황상제는 삼신할머니에게그대는 아기를 좋아하니, 세상 부부들에게 아기를 점지해 주는 일을 맡으시오.”라고 명을 내렸다. 명을 받은 삼신할머니는 정월 초하루 새벽마다 세상에 내려와 부부들에게 아기를 점지해 주었다.

 

어느 날 산달이 꽉 찬  여자가 아기를 낳지 못해 괴로워하자, 삼신할머니가 배를 손으로 두어 번 쓸어주었고 바로 아기가 쑥 나왔다. 울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 아기 엉덩이를 삼신할머니가 손바닥으로 찰싹 때리니 아기가 울음을 터트리며 숨을 쉬기 시작했다.

 

삼신할머니가 세게 때린 아기 엉덩이에 푸른 멍이 들었는데 이때부터 우리나라 아기들 엉덩이에는몽고 반점이라고 부르는 푸른 멍이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삼신할머니는 아기를 따뜻한 물에 목욕시킨 뒤 젖을 먹이게 하고, 아기 어머니에게는 미역국을 끓여 먹였더니 아기도 어머니도 아주 건강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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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신할머니와 동해용왕의 딸

어느 날 한 여자가 나타나 삼신할머니의 멱살을 잡고 마구 때렸다. 억울한 삼신할머니는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에게 하소연했다. 화가 난 옥황상제는 그 여자를 당장 잡아들여 엄하게 꾸짖었는데, 알고 보니 그 여자는 동해용왕의 딸이었다.

 

동해용왕의 늦게 얻은 딸로 너무 귀하고 키운 나머지 아이는 죄를 짓게 되고 용궁 사람들의 원성으로 인해 용궁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다. 용왕의 딸은 죄를 용서받기 위해 마음씨 고운 부부에게 아기를 점지해 주는 일을 하게 되었으나, 아기를 점지해 주는 것만 할 줄 알고 해산시키지 못해 산모와 아이들이 죽게 된다.

 

그런데 삼신할머니는 해산도 잘 시켜 동해용왕 딸이 점지한 아기를 차지하려고 해서 때렸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옥황상제는 은대야 두 개를 가져오게 하고 각각 한 그루씩 꽃나무를 심어 더 많은 꽃을 피우는 사람에게 아기를 낳게 해주는 일을 주겠다고 했다. 처음엔 동해용왕의 딸의 꽃이 더 많이 피는 듯 하더니 삼신할머니의 나무가 사만오천육백 개의 가지가 뻗고 가지마다 서른세 송이 꽃이 피어 내기에서 이겼다. 용왕은 아기를 점지하고 낳게 해주는 역할은 삼신할머니에게, 동해용왕의 딸에게는 저승할머니가 되어 죽은 아이들을 돌보라고 했다.

 

삼신할머니는 꽃밭을 가꾸며 꽃이 피는 대로 아기를 점지해 세상으로 내려보냈다. 아기들은 삼신할머니가 준 꽃송이를 들고 세상에 내려가 어머니의 뱃속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출처:  「삼신할미  -  서정오 선생님이 들려주는 우리 신화」 (봄봄출판사)

 

가택의 신 삼신할머니

 

삼신할머니는 가택의 신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인생의 중대사를 관장한다고 여겨졌다. 능력 있는 산파들이 죽으면 삼신할머니를 돕게 되는데, 산파들이 삼신할머니의 대리인으로 각각의 집을 돌보게 되었고 이를 가택신으로서의 삼신할머니라고 설명한다. 가정에 불화가 있거나 삼신할머니를 제대로 모시지 않으면 집을 나가버린다고 하며, 이 신이 집을 나가면 아이를 낳지 못하거나 아이가 아프게 된다고 한다.

 

'가신신앙'의 일종으로 가정 단위의 민간신앙 중 하나이다. 유교의 제례가 남성, 형식 중심인 것과 달리, 가신신앙은 집안의 부녀자들이 주가 되어 검소하고 현실적인 것이 특징이다. 현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소멸된 신앙이다.

 

중부지방에서는제석주머니라고 하는 전대 모양의 주머니에 쌀을 담고 고깔을 씌운 것을 안방구석에 매달아 두었고, 남부지방에서는 쌀을 담고 한지로 덮은 큰 바가지나 삼신단지를 선반이나 안방 시렁 위에 모셔뒀다. 삼신을 위하는 날은 산후 3, 7일 등이며, 가족의 생일이나 명절, 제삿날에 음식을 바치곤 했다.

 

아기를 출산하면 삼신할머니를 모시는 상에 올려둔 미역과 쌀로 국과 밥을 지어 올리고 산모와 아기의 무탈을 빌었다. 아무리 가난해도 삼신에게는 삼시 세 끼 반드시 쌀로만 지은 흰밥과 미역국을 올렸고, 산모에게 이 상에 올렸던 밥과 국을 그대로 먹게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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