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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창조 신화] 반고신화, 여와와 복희, 황제신화

miracle HM 2024. 4. 18.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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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창조 신화] 반고신화, 여와와 복희, 황제신화

 

 

중국의 창조 신화에는 거인이 세상을 창조한 '반고 신화', 고대 모계 사회가 반영된 여신 중심의 이야기인 '여와와 복희의 창조신화', 그리고 황제의 권위를 뒷받침하는  '황제 신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반고신화

아주 먼 옛날 천지가 생기기 전, 검고 흐린 하나의 알과 같은 혼돈의 상태였다. 그 안에 반고가 잉태되었다. 깜깜한 알 속이 싫었던 반고는 자라서 어느 날 알을 깨버렸고, 알 속에 있는 무거운 것은 가라앉고 가벼운 것들은 위로 치솟았다. 이렇게 분리됐던 것들이 다시 혼돈의 상태가 되려고 하자 반고는 두 팔과 다리로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을 떼어놓으려고 했다. 반고의 키가 하루에 한 자씩 자랐고, 이로 인해 하늘과 땅이 구분되기 시작했다. 반고가 울 때 그의 눈물은 강이 되었고, 숨결은 바람이 되었으며, 목소리는 천둥, 눈빛은 번개가 되었다. 그가 기쁠 때 하늘은 맑아지고, 슬플 때는 흐려졌다.

 

그렇게 18,000년이 지나 하늘과 땅이 서로 9만 리가 되었다. 드디어 혼란을 막았다고 안심한 반고는 대지에 누워 휴식하다 그대로 죽게 된다. 그가 죽고 나서 왼쪽 눈에서는 태양, 오른쪽 눈에서는 달*, 머리와 몸에서는 사지에서는 중국의 오악(다섯개의 큰 산), 피는 강, 혈관과 근육은 길, 살은 논과 밭, 수염은 벼, 피부는 초목이 되었다고 한다.** 반고가 죽고 몸에서 생겨난 구더기가 바람을 만나 인간이 되었다.

명나라 백과사전인 「삼재도회」에 그려진 반고

 

이처럼 중국 신화에서 반고는 혼돈을 막은 우주의 거인이고, 우주 만물을 창조한 창세신이자, 자연 그 자체이다. 반고에 대한 기술은 오나라의 서정이 쓴 「삼오역기」에 처음 등장한다. 그 이전의 중국 기록에서는 태초의 거인 계열의 신화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민족 신화에서 유입되었다고 추측되기도 한다. 중국의 난하이 제도 근처에는 3백리에 달하는 반고의 묘가 있다고 한다. 도교에서의 반고 신화에서 반고는 도교의 최고 신인 '원시천존'과 동일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반고가 한 줄기 빛으로 변해 신성한 여자인 '태원성녀'의 입으로 들어가 등뼈 사이로 나오면서 '원시천존'이 태어났다는 일화도 있어, 원시천존을 반고와 태원성녀의 아들로 해석하기도 한다.

 

* 일본의 창조 신화에서 창조신 이자나기가 저승에 다녀온 후 몸을 씻을 때 왼쪽 눈에서 태양의 여신이, 오른쪽 눈에서 달의 신이, 코를 씻을 때 폭풍의 신이 태어난 신화가 있다. [일본 창조 신화 보러가기]

 

** 첫 인간이 죽어 그 시체가 세상을 이루었다는 신화는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에서도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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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와 & 복희 창조신화

여와와 복희는 남매 사이로, 중국 신화에서 인간을 창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뱀의 꼬리를 갖고 있는 여와와 복희는 서로 꼬리를 틀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회남자」 *에 따르면 태고 하늘에 네 개의 기둥이 부러지자, 대지는 갈라지고 화재와 홍수가 발생했다. 맹수와 괴조들이 사람들을 괴롭히자, 여와가 5색으로 빛나는 돌들을 녹여 하늘의 구멍을 메웠다. 홍수 뒤 아무것도 없어 심심해진 여와가 자신을 닮은 존재를 만들어 갖고 놀기 위해 인간을 창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인간은 염소, 닭 등을 닮았으나, 강물에 비친 여와 자신을 보며 점점 지금의 인간 모습에 가깝게 만들었다. 인간을 만드는 게 귀찮아진 여와는 진흙탕에 새끼줄을 담가 여기저기 뿌렸고, 그 흙 알갱이들은 평민이 되었고, 초기에 정성 들여 만든 것은 귀족이 되었다고 한다.

 

언젠가 죽는 존재로서 인간들은 그 수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이를 근심하던 여와는 남녀를 짝지어 스스로 자손을 낳게 해 인류를 번성시켰다. 최초의 중매와 결혼제도를 만든 여와는 혼인과 잉태, 출산을 관장하는 신이 되었다. 그래서 여와의 사당에서 빌면 결혼도 할 수 있고 자식도 낳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여와는 각종 고대 악기를 만들기도 했고, 남편(혹은 형제)인 복희와 함께 세계의 질서를 회복하면서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과 제도들을 만들었다고 한다. 여와 신화는 고대 중국이 모계 중심 사회를 대변되며 모든 인간의 어머니로서 여와는 가장 중요한 여신으로 여겨졌다.

 

* 「회남자」는 전한 시대에 편찬된 21권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백과사전이다.

 

 

 

여와와 결부된 창조신 복희의 이야기는 고대 한나라 이후부터이다. 복희는 삼황오제* 중 맨 앞에 존재로 중국 상고시대에 최초로 '팔괘'를 그었다고 한다. '팔괘'란 여덟 가지의 괘로 만물의 변화 원리, 자연계와 인간계의 모든 현상을 여덟 가지 상으로 나타낸 것이다. 즉, 우주 만물의 뜻, 질서, 구조를 설명하는 부호 및 기호체계를 '팔괘'라고 한다. 이처럼 음양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이치를 짐작하게 한 것이다. 복희는 또한 인간에게 불을 선사했고, 중국인들에게 그물 낚시, 철제 무기 사용법, 요리, 사냥, 동물을 기르는 법, 글쓰기, 실을 짜는 법 등 다양한 기술들을 가르쳤다. 제방, 운하, 관개 도량과 같이 물을 길들이는 법과 여와와 함께 결혼제도를 포함 다양한 법을 만들었다고도 전해진다.

 

몇몇 다른 창조 신화에서는 여와가 복희와 결합하여 인간을 창조했다고도 한다. 남매끼리의 결합은 유교적 가치관에 의해 주저하게 되자, 산의 두 봉우리에서 피운 연기가 하나로 합쳐지면 신의 뜻으로 여기겠다고 했고, 연기가 합쳐져 두 신은 결혼해 인류를 낳았다고 한다. 유교 이후 덧붙여진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다른 이야기로는 복희가 여와에게 구혼을 했는데, 친남매라는 이유로 여와가 이를 미루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었을 때, 여와가 복희에게 자신을 잡으면 결혼하겠다고 했다. 여와는 나무 둘레를 계속 돌았고, 복희는 뒤를 쫓았지만 잡을 수 없었다. 복희는 꾀를 내 뒤로 돌았고 여와를 품에 안고 부부가 되었다.

 

*삼황오제: 하 왕조 이전에 있었다는 중국 신화 전설의 군주들이자, 제왕들로 세 명의 '황'과 다섯 명의 '제'를 의미한다. 이 8명의 제왕은 중국 문명의 시조로 추앙된다. 진나라가 통일하고 '왕'보다 더 높은 지위를 갖기 위해 '삼황'의 '황'과 오제의 '제'를 합쳐 '황제'라는 이름을 채택했다고 한다. 

 

 

황제 신화

황제 신화는 '삼황오제'에 등장하는 '오제'의 필두인 '황제'와 상변, 쌍림, 여와라는 네 신이 흙에서 인간을 창조했다는 것이다. 상변은 눈, , , 귀를, 쌍림은 손발을 만들고, 황제는 가장 중요한 남녀의 성기를 만들었다. 여와는 이런 작업을 마무리하는 역할이었다. 여와는 앞선 세 신이 만든 인간을 정성껏 빚어 완성했으나, 작업이 계속되자 싫증을 느껴, 대충 진흙에 새끼줄을 휘저어 끝에서 떨어진 것들로 인간을 완성시켰다. 인간 창조를 어느 정도 마친 네 신은 인간에게 천명을 부여하고, 스스로 번식할 수 있도록 혼인제도를 만들어 주었다. 여기서 '삼황'은 신화적 존재이지만  '오제'는 실존한 제왕들로 추앙되었다. '오제'는 하, , 3대 왕실의 공통 시조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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