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깨비 묘사와 특징 / 일본 ‘오니’와의 차이점
(1) 도깨비에 대한 묘사
(2) 도깨비의 다섯 가지 특징
(3) 일본의 요괴 ‘오니’와 한국의 ‘도깨비’
도채비, 독각귀, 독갑이, 허주, 허체, 망량, 영감(제주도)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의 민담에 각양각색으로 등장하는 도깨비는 비상한 재주와 힘으로 사람을 홀리고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인간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는 신이다. 인간에게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모두를 보여준다. 인간을 해하기 보다는 오히려 인간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종종 인간의 꾀에 넘어가 신비한 힘을 이용당하는 등 어리석은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과거 도깨비는 민중이 부귀와 장수를 빌었던 존재였지만 조선시대에 귀신의 속성이 부가되어 역신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한국 설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로, 도깨비가 등장하는 대표적인 이야기로는 「도깨비 방망이」, 「혹부리영감」, 「도깨비감투」, 「도깨비 씨름」, 「도깨비와 수수께끼 시합」, 「도깨비불」, 「도깨비 다리」 등이 있다.
(1) 도깨비에 대한 묘사
인간의 모습, 도깨비불, 거인 등 눈으로 볼 수 있는 도깨비와 형체는 보이지 않지만 사발 깨지는 소리, 기왓장 깨지는 소리, 말발굽 소리와 같이 청각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머리카락은 산발이고 온몸에 털이 많으며, 냄새가 난다. 덩치가 크고 한복을 입고 종종 패랭이를 쓰고 다니며 나무 방망이를 들고 다닌다. 다리가 하나밖에 없어 껑충껑충 뛰어다니거나 키가 커서 하늘까지 닿아 머리가 구름 위에 솟아 있다고도 전해진다.
어린이, 거인, 노인, 총각, 처녀 등의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변화무쌍한 도깨비는 신출귀몰해서 형체가 일정하지 않다. 이처럼 도깨비는 한가지 모습만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곤 한다.
불을 켜고 다니는 등불도깨비, 굴러다니는 달걀도깨비, 멍석도깨비, 홑이불도깨비 등과 같이 그 모양과 생김새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사람이 죽은 다음 그 영혼이 변해서 되는 귀신과는 달리, 도깨비는 나무, 돌, 풀, 흙과 같은 자연물이나 동물의 정기가 변한 것으로, 산과 들에서 자주 나타난다.
또한 물건이 오래되면 도깨비가 된다고도 하며, 특히 빗자루인 경우가 많다. 그 외에도 부지깽이, 짚신, 절굿공이, 체, 키, 솥, 깨진 그릇, 방석 등 사람의 손때가 묻은 것과 여성의 혈액이 묻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시골에서는 그러한 물건이 도깨비가 되지 않도록 불에 태우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도깨비들은 인간을 부를 때 ‘김 서방’이라고 부르고, 인간이라고 속일 심산으로 자신을 ‘김 서방’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한국에서 김 씨가 많기에 사람이면 모두 김 씨인 것으로 착각하는 듯하다.
▷ '귀화전도' 우리나라 최초의 도깨비 그림의 발견
<귀화전도>는 채홍념의 효행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다. <귀화전도>는 채홍념이 부친의 기일에 맞춰 돌아오는 산길에서 “비바람을 만나 갈 수 없게 되자 하늘을 우러러 통곡하니 갑자기 나타난 ‘도깨비불(鬼火)’의 인도에 따라 길을 걸어 제사를 무사히 지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그린 것이다.
<귀화전도>는 결국 제사를 지내기 위한 후손의 갸륵한 정성과 노력을 보여주는 예이다. 확대해 보면 인간보다 작은 희끄무레한 모습의 도깨비가 등불을 높이 치켜들어 뒤따라오는 채홍념이 앞을 잘 볼 수 있게끔 안내하는 듯한 동작을 하고 있다.(도 4) 흐릿하지만 도깨비의 얼굴에 눈과 입이 표현된 것도 볼 수 있다. (출처: 국가유산청)
(2) 도깨비의 다섯 가지 특징과 성격
도깨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도깨비는 심술궂은 장난을 즐긴다. 예를 들어, 지나가는 사람에게 씨름을 청하는 이야기라든지, 잔치가 벌어진 어느 집에 나타나 솥뚜껑을 솥 안에 넣어 놓거나 소를 지붕 위에 올려놓는 장난을 치곤 한다는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둘째, 미련하고 순진한 면이 있다. 사람들은 이런 도깨비의 미련함을 이용하여 이득을 보기도 한다. 혹 때문에 노래를 잘 한다 하여 보물 방망이를 혹과 바꾼 이야기, 도토리를 깨물어 나는 소리를 집 무너지는 소리인 줄 알고 도망친 도깨비 이야기, 도깨비에게 한번 돈을 꾸어주었더니 매일 저녁 꾼 돈을 가져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도깨비가 실수를 깨달은 후, 화가 나서 사람에게 심술을 부리지만, 영악한 인간에게 자꾸 속아 넘어가는 순진함이 있다. 이처럼 미련하고 건망증이 심하지만 빌린 돈을 갚을 줄 아는 윤리성 또한 도깨비의 특징이다. 거짓말을 못 하지만 거짓말을 잘 믿기도 한다.
셋째, 노래와 춤을 즐기고 놀이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흥겨운 가무를 즐기며, 해 질 녘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 사람들과 한바탕 어울리기 좋아하며, 동틀 녘 때가 묻은 오래된 물건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수수떡, 메밀묵, 술을 좋아하며, 여자를 탐하는 습성을 보이기도 한다.
제주도의 경우, 도깨비 신인 ‘영감’은 돼지고기, 수수범벅, 소주 등을 즐겨 먹으며, 해녀나 과부 등 미녀를 좋아하여 같이 살자고 따라붙기도 한다고 한다고 한다. 이처럼, 도깨비도 인간과 같은 성정을 지니고 있어 희로애락을 느끼고, 특히 기쁘고 즐거운 것을 좋아한다.
넷째, 토목공사에 유능한 집단이자 여러 신비한 것들을 만들어 낸다. 여러 설화나 신화에서 다리나 건물을 하룻밤 만에 뚝딱 짓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보물이나 신비한 도구도 만들 수 있고 어떤 물건과 장소를 뒤집어 놓을 수도 있다. 도깨비방망이는 도깨비가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산력을 상징한다.
다섯째, 도깨비는 주로 어둡고 습기가 많은 곳에 나타나며 주로 어두운 밤에 활동한다. 궂은비가 내리고 안개가 심한 날에는 대낮에도 나타나기도 한다. 속담에 ‘도깨비 놀기 좋은 날이다.’, ‘김서방 올 것 같은 날이다.’라는 뜻은 궂은 날을 가리킨다.
(3) 일본의 요괴 ‘오니’와 한국의 ‘도깨비’
오니는 일본 전설의 요괴이다. 피부가 빨강, 파랑, 검정 등 원색이며 머리에 한 개나 두 개의 뿔이 있다. 입에는 큰 송곳니가 튀어나왔으며 손발톱이 두드러진다. 동물 가죽으로 된 원시인 복장을 하고 있고, 돌기가 있는 쇠 방망이를 들고 있으며 둔갑술에 능하다고 한다.
고대 시대 오니는 눈이 하나인 조상령 또는 땅의 영으로 일본인들에게 숭배받았던 존재였다. 조상신이기에 후손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축복을 내리거나 후손을 지켜준다고 믿었다.
중세로 넘어오면서 오니는 사람의 원령이 변하거나 지옥의 옥졸로 여겨졌으며, 다양한 영웅담에서 응징당하는 악역인 경우가 많다. 오니는 흉포하게 묘사되고 사람을 벌하거나 잡아먹고, 어린 아이를 납치해 가기도 하는 공포의 존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소수의 몇몇 지역에서는 선하거나 경외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일제강점기 ‘내선일체’ (일본과 조선은 한 몸이다) 기조에 따른 민담과 역사의 공유를 통해 한국의 도깨비와 오니의 이미지가 혼란된 면이 있다. 보통 뿔이 없거나 인간의 모습에 가까운 한국의 도깨비 이미지가 뿔이 나거나 원색의 피부색을 하는 것으로 바뀐 것은 일제 강점기 이후라고 한다. 강점기 시기 「초등국어독본」 에 등장한 「혹부리 영감」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한국 도깨비-2 ] 도깨비의 기원 ‘비형랑 설화’, ‘두두리’ , ‘방이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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