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깨비의 기원: 비형랑 설화, 두두리, 방이설화
도깨비의 기원은 신라 시대의 ‘비형랑 설화’, ‘두두리’ 같은 풍요신 숭배, 「흥부전」의 원형으로 추정되는 ‘방이 설화’이다. 민속학자들은 목장신(목수), 야장신(대장장이), 자연현상 숭배의 기원이 있다고도 한다.
최초의 도깨비 이야기, 『삼국유사』 의 「비형랑 설화」
비형랑은 『삼국유사』 에 신비롭게 묘사된 인물로 반인반귀, 귀신과 인간의 혼혈로 도깨비를 부렸다고 한다. 신라의 25대 진지왕이 미녀라고 소문이 난 ‘도화부인’을 후궁으로 삼으려 했지만 남편이 있다며 거절당한다. 시간이 흐른 뒤 진지왕이 사망하고 도화부인도 과부가 된다. 귀신이 된 진지왕이 도화부인에게 나타나 7일 동안 함께 지내게 된다. 진지왕은 홀연히 사라지고 도화녀는 임신을 해 아이를 낳았는데 그가 ‘김비형’이다.
이 소문을 들은 진평왕이 비형을 궁으로 불러 ‘집사’ 벼슬을 주며 키운다. 그런데 비형은 밤마다 월성(경주에 있는 신라의 궁궐)을 빠져나갔다가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진평왕이 수상히 여겨 이를 감시하게 했더니 비형은 성 밖에서 귀신들과 놀고 있었다.
이를 알게 된 진평왕이 월성 북쪽에 있는 절 신원사 근처에 돌다리를 놓으라고 명령한다. 비형은 도깨비들을 부려 돌을 깎아 하룻밤 사이에 돌다리를 놓았다. 이 다리를 ‘귀교’라고 불렀다. 다리가 마음에 들었던 진평왕은 비형에게 조정의 정사를 도울 수 있는 귀신이 있는지 물었고, 비형은 ‘길달’이라는 도깨비를 추천해 인간으로 만들었다.
길달은 집사 벼슬을 받아 충직하게 정사를 돌보았고, 길달이 맘에 든 진평왕은 아들이 없었던 ‘임종’이라는 인물에게 양자로 들이게 한다. 임종은 길달에게 흥륜사 남쪽에 문을 세우게 했다. 길달은 밤마다 그 문루 위에서 잠을 자니 그 문을 ‘길달문’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길달이 여우로 변해 도망가자 비형은 귀신들을 부려 길달을 잡아 죽였다. 그 뒤 도깨비 무리들은 ‘비형’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무서워서 달아나게 되었다고 한다.
두두리(두두을) 신화
두두리 또는 두두을은 삼국시대 신라와 고려시대에 경주 일대에서 숭배된 목각 우상이다. 이 신앙은 위의 「비형랑 설화」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중에 ‘경주에 영묘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그 터는 본시 큰 못이었다. 그걸 두두리 무리가 단 하룻밤 만에 메우고 절을 지었다’, ‘비형이 있던 이후 두두리를 크게 섬겼다’라는 기록이 있다. 고려시대 무신인 이의민이 자기 집에 사당을 차려 두두리를 숭배했다고 전해지는 등 경주 출신들은 이사를 가서도 두두리를 숭배했다고 한다.
이 두두리를 도깨비의 기원으로 보는 설이 있으며, 수백 년간 이어진 경주 지방 토속신이었던 듯하지만 여몽전쟁 이후 신앙공동체가 급감하고, 조선시대에 소멸한 것으로 보인다.
방이설화
방이설화는 형제지간의 이야기로 착한 형 ‘방이’는 보물 방망이를 얻고, 욕심 많은 동생은 형을 모방하다가 망한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흥부전」의 근원 설화로 여겨진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가난한 방이는 부자인 아우에게 누에와 곡식의 씨앗을 얻으려 했는데, 못된 아우는 못 쓰게 된 씨앗을 준다. 받아 온 누에에서 소만 한 누에 한 마리가 나오자 동생이 그 누에를 죽였는데, 사방에서 누에들이 방이의 집으로 날아들었다. 또 방이는 동생에게 받아 온 씨앗을 심었는데, 이삭 한 알이 한 자가 넘은 길이로 자랐다.
하루는 새 한 마리가 날아와 그 곡식을 물고 산으로 날아갔다. 새를 쫓아간 방이는 숲속에서 붉은 옷을 입은 아이들이 무엇이나 원하는 대로 나오는 방망이를 가지고 노는 것을 보게 된다. 방이는 아이들이 돌 틈에 두고 간 방망이를 가져와 큰 부자가 되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아우는 형을 따라 하다가 아이들에게 잡혀 코만 뽑히고 돌아왔다.
한국 도깨비의 묘사와 특징 / 일본 ‘오니’와의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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