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건국신화] 알에서 태어난 박혁거세
1. 신라 건국신화의 내용 2. 신라 건국신화의 의미 3. 삼한시대 건국신화와의 연관성 4. 삼국시대 건국신화와의 차별성 5. 그 외 난생신화 이야기 |

신라는 한반도 동남부에서 기원전 57년에 박혁거세(朴赫居世)가 건국한 나라로, 그 건국신화는 신라 왕조의 기원을 정당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신라의 건국신화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으며, 하늘에서 내려온 신성한 존재가 나라를 세웠다는 천손강림 신화로 대표됩니다.
1. 신라 건국신화의 내용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는 하늘에서 내려온 신성한 존재입니다. 박혁거세의 건국신화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전개됩니다.
(1) 알에서 태어난 혁거세
기원전 57년, 진한의 여섯 마을이 연맹을 형성하여 왕을 세우고자 하였고, 이들 마을의 우두머리들이 회의를 통해 신성한 왕을 맞이하기 위해 하늘에 기도했습니다. 그때 양산(楊山) 아래의 나정(蘿井)이라는 곳에서 붉은 알이 나타났고, 그 알에서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그 아기가 바로 박혁거세입니다.
그곳을 찾아가 보니 붉은 알 한 개가 있었고, 말이 사람을 보자 길게 울고는 하늘로 올라갔다. 알을 깨고 어린 남자아이를 얻었는데, 모두 놀라고 이상히 여겨 동천(東泉)에서 목욕을 시키니, 몸에서 광채가 나고 새와 짐승들이 따라서 춤을 추었다. 이윽고 천지가 진동하고, 해와 달이 청명하였다. 이에 아이를 혁거세왕(赫居世王) 또는 불거내왕(弗矩內王)이라 이름 짓고, 위호(位號)를 거슬한(居瑟邯, 居西干)이라 하였다. |
(2) 혁거세의 왕위 즉위
아이의 얼굴은 신성하고 빛났으며, 백성들은 그를 왕으로 추대했습니다. 혁거세라는 이름에서 ‘혁(赫)’은 "빛나다"는 뜻이며, ‘거세(居世)’는 "세상을 다스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혁거세는 성장한 후 신라를 건국하고, 왕으로 즉위하여 나라를 다스리기 시작했습니다.
2. 신라 건국신화의 의미
신라 건국신화는 신라 왕조가 하늘의 선택을 받은 신성한 혈통에 의해 다스려진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박혁거세는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로, 그의 출생과정 자체가 신성함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신라 왕조의 정통성과 권위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알에서 태어난 박혁거세는 신라 왕조의 초월적 기원을 보여주며, 이 신화는 신라 사회가 왕권을 신성하게 여기고 백성들이 왕을 경외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신화는 특히 신라가 이후 삼국 중 가장 마지막에 성장하면서 왕조의 정통성과 신성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던 시기에 더욱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3. 삼한시대 건국신화와의 연관성
신라의 건국신화는 삼한시대의 다른 신화들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삼한의 신화들은 대체로 하늘에서 내려온 신성한 존재가 새로운 부족 연맹체를 형성하고 왕이 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진한의 신화와 신라의 건국신화는 동일한 문화적 맥락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진한
진한의 건국신화는 박혁거세 신화와 동일합니다. 신라는 진한의 한 소국에서 출발했으며, 박혁거세 신화는 진한 지역의 신화적 전통을 계승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신라 왕조가 진한의 부족 연맹체에서 점차 발전한 국가임을 보여줍니다.
변한
변한의 김수로왕 신화도 신라 신화와 유사하게 하늘에서 내려온 알에서 왕이 태어났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삼한시대에 신성한 혈통이 왕위를 정당화하는 주요 요소였음을 나타냅니다.
4. 삼국시대 건국신화와의 차별성
삼국시대의 건국신화는 각각의 국가가 자신들의 기원을 신성하게 꾸며, 왕권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각 나라의 건국신화는 그 내용과 의미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1) 고구려 건국신화 (주몽 설화)
고구려의 건국신화는 주몽의 신화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주몽은 하늘에서 내려온 해모수와 강의 신 하백의 딸 유화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로, 신성한 혈통을 강조합니다. 주몽이 부여를 떠나 고구려를 건국하는 과정에서 강을 건너며 신성한 보호를 받는 장면은 고구려 왕권의 초월적 기원을 상징합니다. 주몽 신화는 신라와 달리, 왕조가 다른 나라(부여)에서 분리되어 나왔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 백제 건국신화 (온조 설화)
백제의 건국신화는 고구려와 마찬가지로 부여에서 시작됩니다. 백제의 시조 온조는 주몽의 아들로, 형 비류와 함께 남쪽으로 내려와 백제를 건국했습니다. 백제 신화는 고구려 신화와 같이 부여와의 연관성을 강조하며, 온조가 남하하여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과정이 중심을 이룹니다. 백제는 신라와 달리 남하 과정에서 신화가 형성되었고, 건국과정에서 자연환경과 지리적 조건의 극복을 중시합니다.
결론
신라 건국신화는 박혁거세의 하늘에서 내려온 신성한 출생과 왕위 계승을 통해 신라 왕조의 신성성을 강조합니다. 이 신화는 삼한시대 진한의 신화적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고구려와 백제의 신화와 비교할 때 신라 왕조의 독자성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삼국시대의 다른 건국신화와는 달리 하늘에서 직접 내려온 왕이 신라를 세웠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여줍니다.
5. 그 외 난생신화 이야기
(1) 가야 김수로왕의 신화
김수로왕은 가야의 시조로, 그의 출생 신화 또한 알과 관련이 있습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가락국의 사람들이 왕이 없어서 하늘에 기도를 올리자 하늘에서 여섯 개의 금빛 알이 내려왔습니다. 그 중 하나의 알에서 김수로왕이 태어났고, 그는 가야의 시조가 되었습니다. 김수로왕은 나머지 다섯 개의 알에서 태어난 인물들과 함께 가야 연맹을 이끌었습니다.
김수로왕의 출생은 가야 왕권의 초월적 기원을 나타내며, 이를 통해 가야 연맹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신성한 왕조임을 나타냅니다. 또한, 김수로왕과 다섯 왕이 알에서 함께 태어났다는 점은 가야 연맹의 공동체적 성격을 상징합니다.
(2) 고구려 주몽의 신화
주몽은 고구려의 시조로, 그의 출생 신화는 부여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따르면, 주몽은 해모수와 하백(강의 신)의 딸 유화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주몽은 비록 알에서 태어났다는 구체적인 기록은 없으나, 그의 출생이 하늘의 신과 물의 신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신성한 탄생을 상징합니다. 주몽의 후손인 유리왕은 알에서 태어난 설화가 전해지는데, 이는 고구려 왕조가 신성한 혈통임을 상징합니다.
(3) 석탈해 신화
석탈해(昔脫解)는 신라의 제5대 왕으로, 그가 다파나국(多婆那國)이라는 신비로운 나라에서 태어났으며, 알에서 태어난 인물로 그 신성함을 강조합니다. 이 나라의 왕과 여국(女國) 왕녀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가 석탈해입니다. 그의 어머니는 7년 동안 임신한 끝에 큰 알을 낳았고, 왕은 알에서 사람이 태어나는 것이 불길하다고 생각하여 그 알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알을 비단으로 싸서 바다에 띄워 보냈습니다. 알은 물길을 따라 신라 해변에 도착했고, 노파가 발견하여 석탈해를 길렀습니다.
신라 제 4대 유리왕은 죽기 전 "나이가 많고 현명한 자가 왕위를 이어야 한다"고 하며, 석탈해가 그 조건에 부합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석탈해는 신라의 제5대 왕으로 즉위하였고, 왕위를 안정적으로 계승하게 됩니다.
출처:
김부식, 《삼국사기》 신라본기, 고구려본기, 백제본기, 부여본기
일연, 《삼국유사》 기이편, 가락국기편
이병도, 《한국고대사 연구》 (1996)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우리역사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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