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최고의 신선 '수성노인'

'수성노인'은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고 '남극성(南極星)'을 신격화했습니다. 수노인, 노인성, 수성, 수성노인, 남극성, 남극노인, 남극노인성 등으로 지칭됩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일본에서 모두 중요시 여기고 숭배된 신이며, 그림으로도 다수 그려졌습니다.
1. 수성노인의 묘사
수성노인은 일반적으로 키가 작고 머리가 크며 흰 수염이 길게 자란 노인의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큰 이마와 긴 머리는 장수를 상징하며, 수염은 지혜와 경험을 나타냅니다.
수성노인은 학이나 사슴과 함께 그려지는데, 이 동물들 또한 장수와 불사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지팡이를 쥔 모습으로 자주 등장하며, 주변에는 동자들이 시중을 들기도 합니다. 수성노인의 기본적인 도상은 남극성(南極星)의 화신으로서, 동아시아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었으나, 각국의 문화적 배경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2. 수성노인 상징
수성노인은 인간의 장수와 복을 상징하는 존재로, 수명 연장을 기원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장수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복 중 하나로 여겨졌으며, 수성노인은 그 수명과 복을 담당하는 신격으로 숭배되었습니다.
수성노인의 이미지는 장수를 위한 염원이 깊은 시대적, 문화적 배경 속에서 형성되었고, 그림으로 표현될 때에는 장수의 상징으로서 길상적인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수성노인이 숭배된 이유는 개인의 수명뿐만 아니라 국가의 안녕과 태평성대와도 관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반구에서 가장 밝은 별인 노인성(카노푸스 별-Canopus)이 수성노인을 상징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평소 보이지 않다가 추분 즈음에 남쪽과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입니다.

3. 국가적 의례 '노인성제'
'노인성제'는 추분에 인간의 장수를 담당하는 노인성(카노푸스 별)에 지내는 제사입니다. 노인성은 고려 시대부터 조선 초기에 걸쳐 국가적으로 숭배되었으며, 군주와 백성의 장수를 기원하는 중요한 의식이었습니다. 남반구의 별이기 때문에
노인성이 나타나면 세상이 태평해지고 군왕이 장수하지만, 보이지 않으면 전쟁이 일어나고 왕이 위험해진다고 여겼습니다. 노인성은 일반인들에게도 장수를 가져다 주는 신앙의 대상이었습니다. 노인성이 상징하는 수성노인을 그린 '노인성도'는 세화의 한 종류였습니다.
*세화(歲畵): 신선도, 모란도, 십장생도 등 다양한 주제로 그려졌으며, 고려 말 이후 조선시대에 신년을 축하하기 위해 선물하는 그림을 뜻합니다.
4-1. 수성노인도(壽星老人圖)
'수성노인도(壽星老人圖)'는 인간의 장수와 수명을 관장하는 노인성(壽星)의 화신인 수성노인을 형상화한 그림입니다. 이 도상은 북송 시대에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명대에 이르러 그 형식이 확립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고려 시대부터 노인성 숭배가 있었으며, 조선 중기 이후 본격적으로 수성노인도가 제작되었습니다. 수성노인도는 종교적 의미에서 벗어나 길상적인 성격을 가진 민화로 자리 잡으며 장수와 복을 기원하는 작품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도화서 화원들은 음력 설날에 수성노인을 그려 임금에게 올렸습니다. 궁궐뿐 아니라 귀족들의 집에도 수성노인을 붙여놓았고, 일반 백성들도 대중적으로 숭배했습니다. 매년 새롭게 그리는 세화의 특성상 수성노인도는 다수 제작되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4-2. '수성노인도' 우리나라 대표작
수서노인은 신선도로서 일반회화나 민화에서 대중적으로 활발히 그려진 흔치 않은 소재였습니다.

김홍도의 <군선도병풍>의 부분. 이 작품에서 수성노인은 독립적인 한 장면으로 등장하여 장수를 기원하는 복의 상징으로 묘사됩니다. 수성노인의 키가 작아 화면의 절반 정도만 차지하며, 나무 지팡이와 함께 그려져 있습니다.

윤덕희의 <군선경수도>는 여러 신선들 중에서도 수성노인을 으뜸으로 우러러보는 구도로 그려졌으며, 신선도에서 수성노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호리병을 들고 지팡이를 짚고 있거나 칼을 차거나 복숭아를 든 다양한 신선들이 높은 바위에 앉아 있는 수성노인을 우러러보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수성노인의 중요도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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