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도끼 은도끼 '신선' - 학, 복숭아, 신선대

도교 문화권의 신선사상
신선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도교 문화권의 전설에 등장하며, 초인적 능력을 지닌 불로불사의 존재이다. ‘우인’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서 ‘우’는 날개를 뜻해 날개가 달린 사람이라는 뜻도 있다. 신선들은 모두 산에 살며 하늘과 땅 사이를 자유로이 왕래하고 인간계에도 종종 나타난다.
초기 신선은 무릉도원, 낙원, 별천지라는 인간계와는 다른 곳에 사는 신으로, 인간에게 불로불사의 약을 내린다고 여겨졌다. 이러한 낙원은 멀리서 보면 구름으로 보이는데 가까이 가면 없어져 버리는 신기루와 같다고 한다. 추후에는 도가사상과 결합하면서 인간이 방술*과 수행에 의해 될 수 있는 것이 되었으며, 이를 믿는 것을 신선 사상이라고 한다. 인간이 신선이 되면 불로불사하고 초인적 신통력을 얻으며 하늘과 땅을 오갈 수 있다고 믿어졌다. 신선은 고대인들의 이상이었다.
중국의 도교와 결합한 신선 사상은 통일신라 말기 당나라에 유학을 갔던 학자들에 의해 한반도에 들어왔다. 도교는 유교, 불교와 함께 한국 문화의 근간을 이루며 양생법, 무속신앙 등 민간 생활에 녹아들었다. 이러한 문화와 함께 신선은 다양한 문학작품들과 설화, 그림들에 자주 등장해 왔다.
한국에서 ‘금도끼 은도끼’ 설화에서 선하고 초월적인 존재인 신선으로서 '산신령'이 등장하며,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도 있다. 진나라의 나무꾼이 신선들이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다 도낏자루가 썩어 이에 놀라 산에서 내려오니 수백 년의 시간이 흘러있었다는 설화에서 유래한 것이다. 또한 신라의 ‘화랑’은 도교적 성격이 있어 각 지역을 돌며 수련하는 화랑을 신선과 동일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고대소설 「봉신연의」에 따르면 신선은 일반신선과 요괴신선으로 나뉘기도 하는데, 일반신선은 인간이 신선이 된 경우이고, 요괴신선은 비인간이 신선이 된 경우를 말한다. 일반신선은 인간이 수행을 통해 가능해지며, 요괴신선들은 자연의 힘에 의해 누적된 힘으로 도력을 얻으므로 가능해진다. 요괴신선들은 생명의 타격을 받으면 자신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며, 일반신선에 비해 단순한 성격과 지능을 가졌다고도 한다.
* 방술: 길흉을 점치거나 불로장생을 추구하는 학문이다. 방술은 도교에서 인간이 신선에 이르는 여러 방법을 의미한다. 이처럼 방생은 신선 사상과 깊은 영향을 주고받았다. 도술, 선술이라고도 불린다. 동아시아에서 발달했으며, 현상 간 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탐구한다. ‘방’이란 의술, 생리학, 불로장생의 방법 등이 해당하며, ‘술’에는 오행, 천문, 관상, 점술, 역법이 해당하는 것이다. 즉 ‘방’은 해결책을 뜻하고, ‘술’은 예측과 관측의 기술을 뜻한다. 방술을 하는 사람을 ‘방사’라고 한다. 방사들은 신과 인간을 중개하는 샤먼으로 여겨졌다. 방사들은 과학자로서의 재능뿐 아니라 점술과 마술에도 능했고 비범한 행위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기도,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권력자들과 부유한 자들은 능력 있는 방사들을 불러들였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해오라고 명한 이 역시 진나라의 방사였다고 한다. 추후에는 천문과 역산 또한 방술로 분류되었고, 서양의 연금술과 비슷한 특징을 지녔다.
신선과 학

위의 그림 가운데에 “푸른 봉우리와 바다의 면에는 신선의 글을 간직하고, 상제는 신선이 있는 곳을 특별히 골랐다. 분황국사에 드린다” 라는 구절이 적혀있다. 무병장수를 의미하는 학은 신선과 깊은 관련 있는 영물로 표현된다. 신선이 학을 타고 다니거나 함께 있는 그림들이 많이 발견된다.
그 중 많이 알려진 그림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위치한 황학루의 ‘백운황학도’이다. 한 신선이 자신에게 공짜 술을 베푼 가게 주인을 위해 벽에 황학 한 마리를 그려주었는데, 그 모습이 아름답게 춤을 추는 듯했다. 이후 장사가 날로 번창했으며, 10년 후 신선이 다시 찾아와 자신이 그린 황학을 타고 구름 위로 날아갔다. 이를 기리기 위해 주인이 이곳에 누각을 짓고 ‘황학루’라고 불렀다는 흥미로운 전설이 있다.
조선 중기 문신, 실학자, 외교관, 성리학자, 저술가인 이수광의 작품 「기몽」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한다. “인간 세상이 아니었다. 여러 신선이 나를 기쁘게 맞이하였다. 학 한 마리가 와서 나를 그 등에 타게 하고 함께 하늘을 가로질렀다”. 이처럼 다양한 전설과 문학에서 주인공들이 신선을 만나 학을 타고 세상을 굽어보며 여행을 하고, 선계에 가기도 한다. 학은 인간과 신선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한다.
신선과 아이
신선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술과 차였기 때문에 신선의 시중을 드는 아이들은 항상 이를 준비해야 했다. 신선과 함께 있는 아이들은 신선이 되는 법을 배우는 아이들로 학이나 구름을 부르는 법, 피리를 부는 법, 차를 끓이는 법, 호랑이를 부리는 법 등을 배웠다. 신선들은 작고 여리지만 강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맑은 영혼의 아이들을 옆에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신선이 등장하는 그림들에 피리를 불거나 술이나 차를 따르는 아이들이 자주 함께 등장하곤 한다.
신선과 복숭아
복숭아는 불로불사의 신선이나 옥황상제가 먹는 과일로, 복숭아의 어원은 붉다는 의미의 ‘복’과 신선의 꽃인 ‘선화’가 합쳐진 단어이다. 그래서 복숭아를 신선의 열매라고 일컫는다. 복숭아를 이야기할 때는 ‘무릉도원’이 빠질 수 없다. 중국 진나라 때 호남무릉의 한 어부가 달콤한 향기를 따라 배를 저어 가다 작은 굴을 발견한다. 굴에 들어가 보니, 풍요로운 낙원이 펼쳐졌다. 이는 신선의 세계였다. 아름다운 복숭아나무들이 즐비하고 인간세계의 난리를 피해 온 사람들이 바깥 세계와는 인연을 끊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어부는 환대 속에서 며칠 묵고 그 길을 표시해 두었지만 다시는 찾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도교에서 복숭아는 불사, 장수의 상징이며 신선이 되기 위해 먹는 중요한 음식이었다. 옥황상제의 부인인 서왕모의 복숭아밭에서 복숭아를 훔쳐 먹는 손오공이 불사신이 된 이야기, ‘삼천갑자 동방삭’ 전설로 알려진 동방삭이 이 복숭아를 훔쳐 먹고 신선이 된 이야기 등이 전해진다.
신선대
신선대는 아주 먼 옛날 천상의 신선들이 내려와 노닐거나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곳으로 여겨져 주민들이 신성시 여기곤 했다.
신라 후기 최치원 선생이 신선이 되어 유람했다고 전해지는 곳은 부산광역시 남구 용당동에 있는 신선대라는 유적으로 부산만과 수영만 사이 우뚝 솓은 돌산이다. 산봉우리에 있는 '무제등'이라는 큰 바위에서는 신선의 발자국과 신선이 탄 백마의 발자취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옛날 이곳에서는 신선들이 노는 풍악이 들려왔고 신선대 앞을 절단하고 도랑을 만들 때 흙과 모래에서 피가 나왔다고 전해진다. 신선대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오륙도와 조도의 경관이 매우 아름다워 마치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아름다운 정경을 볼 수 있는 신선대는 전국 몇몇 곳에 있으며 거제도, 고성, 금강선, 설악산, 도봉산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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