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신화의 신들(3)
베레트라그나, 라쉬누, 아나히타, 바타(바야), 조르반, 이마
베레트라그나 Verethragna
바흐람이라고도 불리며 ‘승리’를 신격화한 신이자, 악에 맞서 싸우는 전사의 신이다. 그는 10가지 화신으로 변신할 수 있었
다.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멧돼지의 모습이 베레트라그나의 대표적인 화신이며, 그 외 강한 바람, 황금 뿔을 가진 황소, 황금 장식을 한 백마, 거대한 숫양, 힘이 센 낙타, 15세 청년(당시 15세를 소년이 남자가 되는 나이로 여겨졌다), 거대한 새, 황금 검을 지닌 전사 등의 모습을 했다고 한다. 베레트라그나는 필요할 때면 깃털로 ‘시무르그’를 불러낼 수 있었다. 베레트라그나의 묘사는 대부분 조로아스터교 경전 「아베스타」에서 비롯된 것이며, 최고의 힘, 용기, 불패를 상징한다. 그는 악에 대항하는 강력한 힘을 지녔을 뿐 아니라 인간에게 내리는 은총 또한 대단했다고 전해진다.
라쉬누 Rashnu
페르시아 신화에서의 공정한 천사이자 친바트 다리에서 죽은 자를 심판하는 심판자이다. 미트라와 스라오샤와 함께 라쉬누는 인간들의 영혼을 생전의 행실로 판단했다. 어떤 장면에서 라쉬누는 영혼의 행실이 적힌 두루마리를 읽기도 하고, 황금 저울을 들고 두루마리와 비교하기도 한다. 죽은 자의 영혼은 사흘 낮 사흘 밤 동안 시체 옆에 앉아 있게 되며 그동안에 라쉬누가 와서 심판하고 그에 따라 영혼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선한 것으로 판단된 자는 모든 것이 빛이고 기쁨인 천국으로 인도되고, 부정한 영혼은 면도날처럼 비좁은 다리를 건너고 지옥을 향해 떨어진다. 그 악한 영혼은 고통의 장소인 '드루지'에 갇힌다. 라쉬누의 저울은 선한 자에게나, 악한 자에게나, 신분이 높은 자나 낮은 자에게나 공평하며 차별을 두지 않는다. 그의 심판은 편파적이지 않으며, 털끝만큼도 빗나가지 않았다. 그는 나중에 미트라로 대체되기도 하고, 미트라와 함께 정의를 집행하는 일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나히타 Anahita
고대 페르시아 신화의 물의 여신이다. 아나히타는 대지에 흐르는 모든 물의 근원이기 때문에 물을 통해 자라는 모든 생명을 관장하는 물과 생명의 여신이 되었다. 아나히타는 별들 사이에서 살며, 백 개의 보석이 박힌 황금관을 쓰고, 황금 망토를 둘렀으며 키가 크고 늘씬하고 강인하고 정숙하며 아름다운 여신으로 묘사된다. 또한 아나히타는 바람, 비, 구름, 눈을 상징하는 네마리의 백마가 모는 전차를 타고 다닌다. 이처럼 생명의 수호신이면서 강력한 여전사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 전쟁에 나가는 병사들도 아나히타에게 어리고 흰 암송아지를 제물로 바치며 기도를 올렸다.
원래 명칭은 '아르디브 수라 아나히타로'로, '아르디브'는 '물', '수라'는 '강력한', '아나히타'는 '순결한'이란 의미이다. 아나히타는 인도 신화에 나오는 창조신이자 주신 중 하나인 '브라흐마'의 아내인 '사라스바티'이기도 하다. 둘은 같은 여신에서 파생된 신으로 간주되며, 서로가 동일시되곤 한다. 아나히타의 상징은 연꽃으로, 이란 축제 중 하나인 연꽃 축제는 연꽃이 활짝 피는 시기인 7월 첫번째 주 마지막날 열린다.
바타 Vata / 바유 Vayu
아후라 마즈다의 선과 앙그라 마이뉴의 악의 경계인 두 세계 사이에서 살았던 바람과 공기의 신으로 어느 쪽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바타는 어떤 시기에 어떤 편에 서느냐에 따라 야자타(숭배할 가치가 있는 신) 또는 다에바(악마)로 인식되었다.
조르반 Zorvan / 주르반 Zurvan
고대 조로아스터교에서 일부 숭배되던 신으로, ‘일정한 시기 혹은 시대’라는 뜻이다. 시간의 신으로 시간을 구현하는 우주 최고의 신이 되었다. 쌍둥이 신인 아후라 마즈다(오르마즈드)와 앙그라 마이뉴(아흐리만)를 낳은 최초의 신이자 창조자로 여겨지기도 한다.
조로아스터교 종교에 나온 이야기에 따르면 주르반은 양성을 가진 신으로 세계의 만물을 창조할 자식을 낳게 해달라고 천 년 동안 제사를 올렸다고 한다. 천년 째 제사에서 의심의 순간 아후라 마즈다와 앙그라 마이뉴가 동시에 잉태되었다. 주르반은 먼저 태어난 자가 세계의 주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순리대로라면 아후라 마즈다가 먼저 태어날 예정이었으나 앙그라 마이뉴는 자신이 주인이 되기 위해 주르반의 자궁을 찢어 먼저 나왔다는 신화가 있다. 이후 이 두 쌍둥이가 세상을 어떻게 창조하고 지배했는지 조금씩 다른 버전의 이야기들이 있지만 결국 아후라 마즈다가 지배자가 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마 Yima
이마는 신들의 총애를 받은 인류 최초의 불멸 왕이다. 악마들을 정복해 그들의 토지를 부를 빼앗은 공적을 갖고 있다. 큰 동물과 작은 동물, 식물, 인간들 모두 번성하여 그들이 모두 살 수 있도록 세계를 세 번 넓히기도 했다. 이 황금시대는 영속되지 못했고, '아수라 마즈다'는 악한 인간들에게 눈과 호우, 우박이 떨어지는 혹독한 겨울을 줄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가장 키가 크고, 가장 선하고, 가장 아름다운 모든 남자와 여자의 종자를 한데 모아라. 지상에서 가장 좋은 모든 동물의 종자를 한데 모아라. 가장 크고 가장 감미로운 모든 식물과 과실의 종자를 한데 모아라. 그것들을 한 쌍씩 짝지어서 네 피난소로 데리고 가라. 그러나 모양이 찌그러진 것, 병에 걸린 것, 또 그밖에 아리만이 세계에 가져온 재앙은 하나라도 가지고 가서는 안 된다."
이마는 거대한 피난소를 만들어 인간, 동물과 식물, 씨앗의 생명을 보존했다. 이 이야기는 '노아의 방주' 보다 앞선 시기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마는 스스로를 지나치게 높이기 시작했고, 신의 은총은 바랬다. 그럼에도 그의 공덕 덕분에 죽은 자의 군주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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