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신화의 신들(1) 누, 아툼, 레, 마트, 토트
이집트 신화 최초의 신인 '누', 창조의 신인 '아툼', 아툼이 창조한 빛에서 태어난 태양의 신 '레/라', '레/라'의 딸이자 법과 정의, 조화, 지혜, 진리의 여신 '마트', 그리고 그의 남편 '토트'에 대해 알아본다.
누 Nu / 눈 Nun
이집트 신화에서의 최초의 신이자 원초적 물이며, 모든 신들의 아버지이다. ‘누(눈)’는 혼돈 그 자체이고 카오스와 비슷한 개념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누’를 그들의 세계관 중 가장 심오하게 여겼고, 모든 영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이 모두 그에게서 흘러나온 것이라고 여겼다. 누는 남성인지 여성인지 불명확한 상태의 모습을 하고, 초록과 파란색의 피부를 가진 모습으로 묘사된다. 유방과 턱수염, 성기를 가지고 있는 자웅동체이다. 이집트의 사후세계를 그린 ‘관문의 서’에서는 물속에 허리까지 담근 채 서서, 팔을 들어 올려 태양의 범선을 지탱하고 있는 사나이로 묘사된다.
아툼 Atum
이집트 신화 창조의 신이며 가끔 아템, 템이라고도 불린다. ‘완성’, ‘끝내다’를 의미하는 고대 이집트어에서 유래된 이름이며, 이집트 신화 첫 세대의 신들을 만든 창조주로서 세계 그 자체로 여겨졌다. 아툼은 혼돈 그 자체인 원초적 물(눈)속에서 솟아오른 언덕 ‘벤벤’ 그 자체로 묘사되기도 한다. 뱀, 몽구스, 사자, 황소 등으로 표현됐으며 파라오의 상징인 흰색과 붉은색의 이중관을 쓴 남성으로 묘사된다. 「사자의 서」에서는 뱀의 형상으로 원초적 물속에서 솟아 나오는 것으로 설명되기도 하는데, 뱀은 허물을 벗으며 새로워진다는 이집트인들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레 Re / 라 Rah
이집트의 태양의 신이다. 이집트 고대도시 ‘헬리오폴리스’는 ‘레(라)’의 숭배의 중심지로 ‘태양의 도시’라고도 불렸다. 태양의 신은 왕권을 상징하고 파라오를 보호했기 때문에, 그의 숭배의식은 점점 더 강해졌다고 한다. 기원전 3000년경에 파라오인 ‘케프렌’이 최초로 자기 자신을 ‘레의 아들’로 지칭하는 것으로 그 시작과 과정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이집트의 낮, 정오를 상징하는 태양신이며, 저녁의 태양은 ‘아툼’, 아침의 태양은 ‘케프리’다. 벽화에서 레는 매의 머리를 하고 코브라가 둘러싸인 태양 모양의 왕관을 쓰고 있다.
헬리오폴리스의 신화에 의하면 원초적 물 ‘눈’에서 언덕이 솟아올라 ‘아툼’이 되고, ‘아툼’이 빛을 창조했는데, 이 빛이 태양이 되어 ‘레’가 되었다고 한다. 레는 태양의 범선을 타고 천상의 나일강, 은하수를 따라 항해한다. 하늘의 여신 누트는 그녀의 남편이자 대지의 신인 게브 위에 엎드려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누트의 몸을 따라 레가 탄 태양의 범선이 서쪽과 동쪽을 오가는 모습도 함께 볼 수 있다. 레가 태양의 범선을 타고 동에서 서로 가는 중에는 낮이 되고, 대지의 신 게브 아래로 내려가 서에서 동으로 이동할 때까지는 밤이 된다고 믿었다. 서쪽 지평선 끝에는 은하수로 이루어진 ‘마누’라는 지역이 있는데, 태양의 범선이 이곳에 도달하면 육체에서 나온 수많은 혼령들을 싣고 이집트의 사후세계인 ‘두아트’라는 계곡을 지난다. 이곳에 거대하고 사악한 독사 ‘아포피스’가 있는데, 여기를 지나려면 태양의 신 레는 항상 이 독사와 싸워야 했다. 이집트인들은 레가 이 독사와 싸우다 저서 잡아먹히면 일식이 찾아온다고 생각했다.
레는 인간의 운명을 형성하는 역할과 함께 죽은 자를 보살피는 일에도 큰 역할을 했다. 레는 ‘호루스’와 함께, 죽은 파라오가 도주할 수 있도록 왕릉에 사다리를 만들어 놓고, 파라오의 혼령을 신들의 궁전으로 인도하기도 했다. 또한 이집트인들은 태양이 지는 것은 죽음, 태양이 뜨는 것은 부활로 여겼기 때문에 피라미드와 같은 무덤들은 나일강 서편에 지었고, 부활에 대한 믿음으로 시체를 방부하는 기술(미라)도 함께 발전했다.
마트 Maat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레’의 딸이자 달의 신 ‘토트’의 아내로, 머리에 타조의 깃털을 꽂고 있는 법과 정의, 조화, 지혜, 진리의 여신이다. 마트는 이 깃털로 사람이 죄를 지었는지를 판단했는데, 저울 한쪽에는 심장을 다른 한쪽에는 깃털을 올렸고, 심장이 깃털보다 무거우면 죄를 지었다는 뜻이었다. 죄를 지은 자는 죽어도 부활의 땅에 갈 수 없었다. 이처럼 마트의 깃털을 선과 양심을 의미한다. 이를 ‘심장 무게 달기 의식’이라고 했다.
이집트 전 지역에서 숭배되었고, 고대 이집트 법을 제정할 때 그녀의 정신이 참조되었으며, 지상의 신 파라오조차 그녀를 거스를 수 없었다. 마트의 정신을 바탕으로 만든 이집트의 사법제도는 재판관, 검사, 서기관, 원고, 피고로 이루어져 있는 현재 사법제도와 매우 유사하다. 이집트의 재판관들은 이 여신의 현신으로서 우대받았다. 고대 이집트 법은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고 여성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여 남녀 평등사상이 반영된 법이었는데, 이는 당대 남성 위주였던 고대 그리스 및 로마 제국에도 영향을 끼쳤으며, 이집트가 로마의 식민지가 되었을 때는 로마의 법이 이집트에 강요되었다고 한다.
토트 Thoth
이집트 신들의 서기인 토트는 지식, 과학, 시간, 달, 언어, 서기의 신이다. ‘크문’ 또는 ‘헤르모폴리스’라고도 불리는 고대 도시의 주신은 아프리카 검은 따오기의 머리에 사람의 몸을 하고 있다. 토트의 아내는 법과 정의의 여신 ‘마트’이며, ‘세샤트’는 토트의 여성형 혹은 딸이다. 초기 시대에 토트는 창조신이자 시간과 달력을 표기하는 달의 신이었으나, 기원전 3000년경부터는 법률의 제정, 과학, 학문의 발전, 언어의 신으로 발전했고, 신성 문자를 발명하여 인류에게 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태양신 레(라)의 혀이자 심장으로 여겨지기도 했고, 나중에는 도서관의 수호신이 되기도 했다. ‘사자의 서’에서 마트가 ‘심장 무게 달기 의식’을 할 때 서기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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